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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는 왜 결국 인플레이션이 될까: 사전트-월리스의 '불쾌한 통화주의 산술'

kuro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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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는 왜 결국 인플레이션이 될까: 사전트-월리스의 '불쾌한 통화주의 산술'

1981년, 토머스 사전트와 닐 월리스라는 두 경제학자가 논문 한 편을 냈어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Some Unpleasant Monetarist Arithmetic”, 우리말로 옮기면 ‘불쾌한 통화주의 산술’ 정도가 돼요. 이 논문의 결론은 지금 봐도 불편할 만큼 단순해요. 재정적자를 화폐 발행으로 메우면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청구서로 돌아온다는 거였어요. 45년이 지난 지금, IMF 워킹페이퍼 WP/26/167호는 이 오래된 산술을 47개국 데이터로 다시 검증했습니다. 재정적자는 왜 결국 인플레이션이 되는 걸까요?

불쾌한 통화주의 산술이 말하는 핵심 논리는?

이 이론은 정부가 재정적자를 화폐 발행으로 메우면 그 선택이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형태의 세금으로 돌아온다고 말합니다. 논리는 이래요. 정부가 지출을 세금이나 국채로 다 감당하지 못하면 남는 적자를 메울 방법은 사실상 두 가지밖에 없어요. 시장에서 더 많은 국채를 팔거나,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 그 적자를 흡수하는 거죠. 그런데 국채를 계속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어요. 부채가 쌓일수록 이자 부담이 커지고, 시장이 그 나라의 상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국채 발행 자체가 어려워지거든요. 결국 이 경로가 막히면 남는 선택지는 화폐 발행뿐이고, 화폐 발행이 계속되면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가 오릅니다. 사전트와 월리스가 ‘불쾌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 인과관계가 중앙은행이 아무리 물가안정 의지를 다져도 재정 쪽에서 적자가 계속 화폐화되는 한 피할 수 없는 산술적 결과이기 때문이에요.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는 왜 통화정책의 손을 묶어놓나?

재정 우위란 통화정책이 독립적으로 물가안정을 추구하지 못하고 정부의 자금 수요에 종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중앙은행이 아무리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고 싶어도, 정부의 재정적자가 계속 크고 그 적자를 메울 다른 수단이 없다면 결국 중앙은행이 그 부담을 떠안는 창구가 될 수밖에 없어요. 이 개념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사람이 에릭 리퍼(Eric Leeper, 1991)예요. 리퍼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각각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네 가지 조합에 따라 경제의 균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재정정책이 세수와 무관하게 지출 규모를 먼저 정해버리는 재정 우위 체제에서는, 통화정책이 물가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면 물가 수준을 하나로 못 박을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요.

왜 재정 우위 체제일수록 통화정책은 더 공격적이어야 하나?

이 부분이 사전트-월리스 이론에서 가장 직관에 반하는 지점이에요. 재정 우위 체제에서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강하게 반응해야 오히려 물가 수준이 유일하게 결정되는 안정적인 균형이 유지됩니다. 언뜻 생각하면 재정이 이미 통제 불능이니 통화정책도 그냥 손 놓아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예요.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이탈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면, 경제 주체들이 어떤 물가 수준을 기대해야 할지에 대한 합의점이 사라지고 여러 균형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는 불확정 상태(indeterminate equilibrium)에 빠질 위험이 커져요. 반대로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충분히 세게, 즉 재정이 정상적인 나라보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반응해야만 이런 불확정성이 사라지고 물가 수준이 하나로 고정돼요. 재정이 흔들릴수록 통화정책은 더 세게 반응해야 그나마 물가가 안정된다는 역설이 여기서 나와요.

이 45년 된 이론이 오늘날 이 IMF 논문에서 왜 다시 소환됐나?

이 논문은 중앙은행의 정부 대출 증가가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실증 결과의 이론적 뼈대로 사전트-월리스 이론을 인용했어요. 중앙은행 대출이 1 표준편차 늘어나면 10년에 걸쳐 물가가 누적 3-4% 오른다는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은행이 정부에 돈을 빌려주면 물가는 정말 오를까 참고)는, 바로 이 45년 된 산술이 21세기 데이터에서도 여전히 성립한다는 증거예요. 더 나아가 이 논문은 리퍼의 재정 우위 논리를 빌려, 과거에 재정적자 화폐화를 겪었던 나라의 중앙은행이 왜 오늘날 더 매파적으로 반응하는지까지 설명을 확장합니다. 그 메커니즘은 경험 학습 이론으로 본 중앙은행의 기억에서 다뤘고, 실제로 이 이론이 역사에서 어떻게 재현됐는지는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결국 재정적자가 결국 인플레이션이 되는 이유는, 화폐 발행이 재정적자를 메우는 마지막 수단으로 남아있는 한 그 산술 자체를 피해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에요.


출처

  • Jácome, Luis I., Nicolás E. Magud, Samuel Pienknagura, and Martín Uribe. “Fiscal Populism and Monetary Policy Rules.” IMF Working Paper No. 26/167, International Monetary Fund, August 2026.
  • Sargent, Thomas J., and Neil Wallace. “Some Unpleasant Monetarist Arithmetic.” Federal Reserve Bank of Minneapolis Quarterly Review, 1981.
  • Leeper, Eric M. “Equilibria under ‘Active’ and ‘Passive’ Monetary and Fiscal Policies.” Journal of Monetary Economics, 1991.

자주 묻는 질문

Q1. '불쾌한 통화주의 산술'이란 무엇인가요?

정부가 재정적자를 세금이나 국채가 아니라 화폐 발행으로 메우면, 그 선택은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형태의 세금으로 돌아온다는 사전트와 월리스(1981)의 이론이에요. 통화정책이 아무리 물가 안정을 원해도, 재정적자가 계속 화폐화되는 한 그 의지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핵심 메시지예요.

Q2.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란 무엇인가요?

재정 우위는 통화정책이 독립적으로 물가안정을 추구하지 못하고, 정부의 재정 상황과 자금 수요에 종속되는 상태를 말해요. 재정적자가 크고 이를 메울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중앙은행은 사실상 정부의 자금 조달 창구로 전락할 위험이 커져요.

Q3. 리퍼(Leeper, 1991)의 프레임워크는 무엇을 설명하나요?

리퍼의 프레임워크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각각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조합에 따라 경제의 균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해요. 재정정책이 적극적으로 지출을 정하고 세수를 그에 맞추지 않는 재정 우위 체제에서는, 통화정책이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반응해야 물가 수준이 하나로 결정되는 균형이 유지돼요.

Q4. 왜 재정 우위 체제에서는 통화정책이 더 공격적이어야 결정 가능한 균형이 되나요?

재정정책이 세수와 무관하게 지출을 결정하는 체제에서는,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면 물가 수준을 하나로 못 박을 방법이 없어져 여러 개의 균형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돼요.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충분히 강하게 반응해야만 이런 불확정성이 사라지고 물가 수준이 유일하게 결정돼요.

Q5. 이 이론은 이 IMF 논문에서 어떻게 쓰였나요?

중앙은행의 정부 대출 증가가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실증 결과의 이론적 근거로 인용됐어요. 논문은 이 이론을 바탕으로, 과거 재정적자 화폐화를 겪은 나라의 중앙은행이 오늘날 왜 더 매파적으로 반응하는지까지 설명을 확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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