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IMF가 워킹페이퍼 한 편을 내놨어요. 제목은 “Fiscal Populism and Monetary Policy Rules”, 47개국 중앙은행의 반세기 치 대출 기록과 포퓰리즘 정권의 담론 데이터를 나란히 놓고 본 연구예요. 결과는 꽤 선명했습니다. 포퓰리즘 정권이 집권하고 10년이 지나면 중앙은행의 정부 대출이 최대 300%까지 불어났어요.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면 왜 중앙은행 대출이 늘어나는 걸까요?
포퓰리즘 정권은 정말 중앙은행에서 돈을 더 빌려 쓸까?
그렇습니다. 전체 포퓰리즘 정권을 기준으로 봤을 때, 집권 10년 후 중앙은행의 정부 대출은 누적 150% 증가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통계적으로 68% 신뢰수준에서만 유의해서, “포퓰리즘 정권이면 무조건 그렇다”고 단정하기엔 좀 애매한 구간이에요. 연구진이 이 애매함을 그대로 두지 않고 좌파·우파로 표본을 쪼개보니 그림이 확 달라졌어요. 좌파 포퓰리즘 정권은 10년 후 누적 300% 증가라는, 통계적으로 확실히 유의한 결과가 나온 반면 우파 포퓰리즘 정권은 완만하고 유의하지 않은 증가세를 보이다가 오히려 감소하는 쪽으로 돌아섰어요. 좌우를 뭉뚱그려 보면 흐릿했던 신호가, 쪼개보니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이야기였던 셈이에요. 이 좌우 차이가 왜 생기는지는 좌파와 우파 포퓰리즘이 중앙은행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에서 더 자세히 다룰게요.
포퓰리즘은 애초에 어떻게 정의하는가?
포퓰리즘은 정치인의 경제 성과가 아니라 담론의 구조로 정의해요. 이 연구가 쓴 Funke, Schularick, Trebesch(2023)의 포퓰리즘 정권 데이터베이스는 그 나라 경제가 잘 굴러갔는지 망가졌는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정치인이 실제로 어떤 말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분류했어요. 사회를 ‘순수한 국민’과 ‘부패한 엘리트’로 나누고 자신만이 국민을 진짜로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수사를 쓰면 포퓰리즘으로 분류되는 식이죠. 좌파 포퓰리스트는 주로 금융자본가·다국적기업·은행·국제금융기구 같은 경제 엘리트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우파 포퓰리스트는 문화적 프레임을 앞세워 정치 엘리트와 이민자 같은 제3의 집단을 겨냥해요. 정의 자체가 경제 성과와 무관하다 보니, 이 데이터베이스로 분류된 포퓰리즘 정권 중에는 집권 초기 경제가 나쁘지 않았던 사례도 섞여 있어요. 그래서 이 연구의 결과는 “포퓰리즘 정권은 원래 경제가 어려운 나라에서 나온다”는 식의 역인과관계로 쉽게 반박되지 않아요.
왜 하필 중앙은행 대출이 늘어나는가?
포퓰리즘 정권은 대체로 확장적 재정 공약을 내걸고 집권하는데, 그 공약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구하는 가장 빠른 경로 중 하나가 중앙은행이에요. 세금을 올리거나 국채를 발행해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정공법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거나 시장 신뢰가 뒷받침돼야 가능한데, 중앙은행에 직접 손을 뻗으면 그런 제약을 우회할 수 있거든요. 중앙은행이 정부에 돈을 빌려준다는 건 사실상 화폐 발행으로 재정적자를 메운다는 뜻이라, 시장 반응이나 의회 승인 없이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재원을 조달할 수 있어요. 문제는 이 경로가 한 번 열리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데 있어요. 다음 선거를 앞두고 지출을 더 늘려야 할 유인이 계속 생기고, 이미 한 번 중앙은행 대출로 재정을 메운 경험이 있으면 그다음에도 같은 방법을 쓰기가 더 쉬워지니까요. 이 논문의 방법론은 Jordà(2005)의 로컬 프로젝션 기법을 써서, 포퓰리즘 정권 집권이라는 사건 이후 매 시점마다 중앙은행 대출이 얼마나 벌어지는지를 따로따로 추정했어요. 복잡한 구조모형을 짜지 않고도 사건 이후 10년에 걸친 동태적 궤적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이 방법의 장점이에요.
이 숫자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10년 후 300%라는 숫자는 “재정적자를 메우는 관행이 한 번 자리 잡으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어야 해요. 단발성 충격이 아니라 10년에 걸쳐 누적되는 추세라는 점이, 포퓰리즘 정권의 통화-재정 정책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인 관행으로 굳어진다는 걸 보여줘요. 그리고 이 관행이 굳어질수록 나중에 물가로 청구서가 돌아올 가능성도 함께 커지는데, 그 구체적인 크기는 중앙은행 대출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결국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면 중앙은행 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확장적 공약을 지킬 재원을 가장 빠르고 정치적으로 저항이 적은 경로로 조달하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어요.
출처
- Jácome, Luis I., Nicolás E. Magud, Samuel Pienknagura, and Martín Uribe. “Fiscal Populism and Monetary Policy Rules.” IMF Working Paper No. 26/167, International Monetary Fund, August 2026.
자주 묻는 질문
Q1. 포퓰리즘 정권이 집권하면 중앙은행 대출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나요?
전체 포퓰리즘 정권을 기준으로 집권 10년 후 중앙은행의 정부 대출이 누적 150% 늘어나요. 다만 이 수치는 68% 신뢰수준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이라, 좌파와 우파를 나눠 보지 않으면 효과가 흐릿하게 나타나요.
Q2. 이 연구는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나요?
1960년부터 2008년까지 47개 선진국·신흥국 중앙은행의 정부 대출 데이터와, Funke 외(2023)가 구축한 포퓰리즘 정권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한 자료예요. IMF 워킹페이퍼 WP/26/167호(2026년 8월)로 발표됐어요.
Q3. 포퓰리즘은 어떻게 정의하나요?
포퓰리즘은 정치인의 실제 경제 성과가 아니라 담론과 수사를 기준으로 분류해요. 사회를 '순수한 국민'과 '부패한 엘리트'로 나누고 자신이 국민의 유일한 대표라고 주장하는 정치 담론을 쓰는지가 판단 기준이에요.
Q4. 중앙은행의 정부 대출이 늘어나는 게 왜 문제인가요?
중앙은행이 정부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건 사실상 화폐를 찍어 재정적자를 메우는 것과 같아서,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고 결국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 메커니즘은 [중앙은행 대출과 인플레이션의 관계](/blog/central-bank-lending-inflation-link)에서 더 자세히 다뤄요.
Q5. 이 연구에 쓰인 로컬 프로젝션 방법론은 무엇인가요?
로컬 프로젝션은 Jordà(2005)가 제안한 방법으로, 특정 사건(여기서는 포퓰리즘 정권 집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 변수(중앙은행 대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도별로 따로따로 회귀분석해 추정하는 기법이에요. 복잡한 구조방정식 모형 없이도 사건 이후의 동태적 반응을 비교적 유연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중앙은행이 정부에 돈을 빌려주면 물가는 정말 오를까
중앙은행의 정부 대출이 1 표준편차 늘어나면 10년에 걸쳐 물가가 누적 3-4% 오르고, 비정상적인 대출 급증 사건 이후에는 물가가 10%까지 뛰어요. IMF 워킹페이퍼가 추정한 중앙은행 대출과 인플레이션의 인과관계를 정리했어요.
재정 우위란 무엇인가: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의 인질이 될 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는 나라들이 있어요. 재정적자가 이미 너무 커서, 금리를 올리면 정부 이자 부담이 감당 못 할 수준으로 뛰기 때문이에요. 재정 우위 개념과 그 역설적 대응 논리를 IMF 워킹페이퍼로 짚어봤어요.
같은 포퓰리즘인데 왜 좌파와 우파는 중앙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까
좌파 포퓰리즘 정권은 집권 10년 후 중앙은행 대출을 300% 늘리는 반면, 우파 포퓰리즘 정권은 오히려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여요. IMF 워킹페이퍼가 밝힌 좌우 포퓰리즘의 갈라지는 경로를 정리했어요.